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8 더듬이



  저는 말더듬이입니다. 어릴 적 언제부터 말을 더듬었는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으나, 골목에서 동무하고 놀다가 누가 저를 가리키며 “너, 말을 더듬네?” 하고 웃은 뒤로 참 오래도록 더듬질을 했고, 더듬질을 놀리는 또래 사이에서 얼굴이 시뻘건 채 암말을 못하고 지내기 일쑤였습니다. 아무도 없구나 싶은 길을 일부러 혼자서 한나절씩 걸었습니다. 아무도 안 보이기에 쩌렁쩌렁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더듬질을 바로잡으려는 뜻이 아니라, 제 목소리를 찾고 싶었어요. 푸름이로 살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싸움터(군대)에서 멧골을 오르내리는 길에 늘 혼자 카랑카랑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낱말을 하나하나 더듬으면서 다듬는 살림을 짓습니다. 더듬더듬 읽으니 엉성해 보일 텐데, 하나씩 더듬어 나아가기에 빠뜨리거나 놓치지 않으면서 살핍니다. 풀벌레한테 ‘더듬이’가 있을 만하구나 싶어요. 빨리 알아채거나 휙휙 날지 못하더라도 ‘더듬이’로 찬찬히 보면서 나아갑니다. 그리고 다듬어요. 가다듬습니다. 다독입니다. 달랩니다. 말을 더듬는 어린이요 푸름이로 살아온 나날은 제가 앞으로 걸어갈 삶이 ‘가다듬는 더듬이를 마음에 달고서 풀벌레처럼 푸르게 노래하라는’ 뜻이었더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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