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6 미루기



  미루는 일이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없을 텐데” 하고 말합니다. 얼핏 미룬다고 보이는 모든 모습은 아직 때가 아닐 뿐이지 싶습니다. 서두르지 말아요. 느긋이 내려놓고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글을 못 쓰겠거나, 일이 안 된다거나, 읽어도 못 알아듣겠거나, 자꾸 싸운대서 툴툴거리지 말아요. 다 손을 놓고서 기다려 봐요. 어느새 하나씩 실타래를 풀면서 가닥을 잡기 마련이니, 조바심이 아닌 사랑으로 지켜보기로 해요. 뜻풀이를 하거나 글손질을 하다가 막히면 바로 멈추고서 등허리를 폅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서 꿈그림을 마음에 담습니다. 이러다가 까무룩 잠드는데, 얼핏 넋을 차리고서 눈을 뜨면 몸이 개운할 뿐 아니라 아까까지 풀거나 맺지 못하던 곳을 찬찬히 풀거나 맺더군요. 꼭 이때까지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하루를 스스로 더 누리자고 여기면 되는구나 싶어요. 억지로 몰아붙이거나 다그치기보다는 한결 느슨하게 찬찬히 헤아리면서 스스로 돌보거나 아끼면 되는구나 싶고요. 우리는 ‘미루는’ 일이 없어요. 그저 ‘때가 아니’기에 아직 안 할 뿐입니다. 오늘 할 일을 이튿날로 미루지 말라고들 합니다만, 마감에 따라 일할 때가 있겠습니다만, 모름지기 모든 일은 때가 있기 마련이니, 오늘몫을 오늘만큼 하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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