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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고양이 쿠로 1
스기사쿠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31.
고양이 눈으로 고양이를
《묘(猫)한 고양이 쿠로 1》
스기사쿠
정기영 옮김
시공사
2003.6.25.
《묘(猫)한 고양이 쿠로 1》(스기사쿠/정기영 옮김, 시공사, 2003)는 일본에서 2001년에 첫 낱책이 나왔고, 2003년부터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진작 고양이 그림꽃책이 제법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나온, 그림꽃책으로뿐 아니라 ‘오롯이 고양이를 다룬 책’으로도 매우 드문 책입니다.
지난 2001∼2003년부터 오늘날을 돌아보자면 고양이를 다룬 책이 더 자주 더 많이 나옵니다만, 거의 모두 ‘사람 눈높이’로 그립니다. ‘고양이 눈높이’로 담아낸 책은 드물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이란 몸이라 ‘사람 눈높이’로 그린다지만 어쩐지 핑계 같습니다.
풀꽃나무를 다룬 책도 풀꽃나무 자리가 아닌 사람 자리에서만 그리면 밋밋할 뿐 아니라 엉성하거나 엉뚱하곤 합니다. 헤엄이를 다룬 책도 헤엄이 자리가 아닌 사람 자리에서만 그리면 헤엄이를 그저 먹을거리로만 바라봅니다. 새를 다룰 적에도, 풀벌레나 딱정벌레나 잎벌레를 다룰 적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어린이를 이야기할 적에도 그렇습니다. 어린이 자리나 눈높이가 아닌 어른 자리나 눈높이로 이야기를 한다면 어린이 마음이나 숨결이나 생각에 얼마나 다가설는지요?
숱한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은 ‘어린이 눈빛’이 아닌 ‘어른 눈빛’으로만 엮으면서 막상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고양이를 들려주는 그림꽃이나 그림이나 글도 똑같을 테지요.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듣고 말하려 한다면 고양이도 풀꽃나무도 헤엄이도 새도 속내하고 생각을 얼마든지 알아챌 만합니다. 마음으로 안 마주하기에 고양이 속내하고 생각을 못 읽어요. 서두른다든지 뭔가 다른 데에 쓰려는 속셈일 적에도 속내하고 생각을 못 읽습니다.
우리말로는 “묘(猫)한 고양이 쿠로”처럼 엉뚱한 이름 ‘묘한 고양이’가 붙습니다만, 일본책은 수수하게 ‘까망이(쿠로)’입니다. 새끼일 적에 어미한테서 떨어져 버림을 받은 까만고양이가 동생하고 살아가는 길을 보여줘요. 둘이 마주하는 동무하고 마을을, 또 둘이 바라보는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 자리하고 눈높이’로 이야기합니다.
고양이를 아낀다면 이 그림꽃책을 찾아내어 곁에 두기를 바라요. 어린이를 사랑한다면 이 그림꽃책에 흐르는 빛을 헤아리며 품기를 바라요. 우리는 언제나 초롱초롱 별빛이 될 만합니다.
ㅅㄴㄹ
나와 여동생과 남동생이 엄마를 베개 삼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상자에 넣어졌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사과를 받고 조용해졌다. (8쪽)
이 녀석은 울면 우는 만큼 잠자릴 마련해 주고, 우리의 똥을 치워 주는 하인이다. 우리들은 엄마가 우릴 찾을 때까지 여기에 있어 주기로 했다. (12쪽)
동생은 다 먹은 뒤 곧바로 밖으로 나와 토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가끔씩 맛없는 걸 먹고 털뭉치를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34쪽)
내가 자고 있으면 수염이 자주 쓰다듬어 준다. 나는 싫어하고 있는데 모르고 있다. 수염은 더럽다. (71쪽)
칭코는 쵸비의 몸을 식히려고 필사적으로 계속 핥아댔고, 핥다 지친 칭코와 교대해 보니, 쵸비의 몸은 나무토막처럼 차갑고 딱딱해져 있었다. (126쪽)
너무 춥길래 나는 밖을 보았다. 하늘에서 하얀 게 내리고 있었다. 그건 엄청 차가웠고, 나는 죽은 쵸비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불안해져 …… (12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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