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5.


《나의 왕국》

 키티 크라우더/나선희 옮김, 책빛, 2021.6.30.



하루 만에 다시 비가 쏟아진다. 오늘은 모처럼 ‘우르릉비’이다. 우르릉우르릉 소리가 멀리 들리다가 가까이 깃든다. 번쩍 하면서 벼락이 치더니 땅이 울린다. 집이 가볍게 흔들린다. 얼마나 가까이 떨어졌기에 집도 땅도 나무도 흔들 만할까. 아침에도 낮에도 우르릉비가 퍼붓더니 밤에는 풀노래잔치로 바뀐다. 감쪽같다. 밤에는 별까지 본다. 하룻새 춤추는 날씨가 대단하다. 《나의 왕국》은 무척 뜻있고 재미있으며 살가이 나온 책이라고 느끼지만, 옮김말이 매우 아쉽다. 어린이책을 옮기는 분은 어린이한테 ‘이야기밥’뿐 아니라 ‘말밥’을 나눈다고 생각할 노릇이다. 알찬 이야기만 들려줄 어린이책이 아니라,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다듬은 말을 함께 들려줄 어린이책이다. 요즈음 숱한 글님하고 그림님하고 옮김님은 ‘이야기’에는 꽤 마음을 쓰지만, 정작 ‘말’에는 도무지 마음을 안 쓰거나 못 쓴다. 낱말을 하나하나 가려서 쓰기를 빈다. 아이한테 즐거울 “우리 나라”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아이한테 반가울 “우리 집”이 어떤 빛이요 그림인가를 헤아리기를 빈다. 길은 참 쉽다. 쉽게 쓰면 될 노릇이니 쉽다. 어렵게 쓰는 길이야말로 어렵지 않을까? 쉽게 쓰고 쉽게 나누고 쉽게 하루를 노래하기에 비로소 수수하게 쉬며 숲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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