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4.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권창섭 글, 창비, 2021.7.25.



빨래를 하도록 갠 아침이로구나. 비오는 날은 비내음이 반갑고, 해나는 날은 햇볕이 기쁘다. 비만 내처 오든 해만 내리 쬐든 언제나 고맙다. 땀을 뻘뻘 흘려도, 오들오들 떨어도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비가 안 그친다고 짜증을 낼 까닭이 없고, 해만 쨍쨍하다고 투덜거릴 일이 없다. 모든 날씨는 우리 마음이자 살림이고 얼굴이다.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하루를 누린다.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를 읽으며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책을 덮을 즈음 스르르 풀었다. 요즈막 ‘나이 적은’ 분은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 나도 그 나이 즈음 그렇게 글을 썼을까? 글쎄, 글을 쓸 적에는 글장난을 치고 싶지 않다. 그저 글을 쓸 뿐이다. 펼치려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면서 살림을 꾸리면, 나다운 글결은 어느새 피어나기 마련이다. ‘젊은’ 분이건 ‘나이 적은’ 분이건, 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고 이웃·동무를 사랑하고 풀꽃나무를 고이 품고 하늘빛하고 해바람비를 물씬 머금는 하루를 즐기면서 문득 글을 펴면 어떨까. 장난이 아닌 놀이를 한다면 사뭇 다르겠지. ‘나이 많’거나 ‘어른’이란 이름인 이들이 억누른 탓에 놀이가 사라졌다고 하지 말자. 우리 스스로 놀아야 놀이가 된다. 놀이하지 않고 자란 사람들이 쓰는 글은 어슷비슷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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