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44 열일고여덟


어린배움터를 마치고 푸른배움터로 접어들던 무렵부터 둘레에서는 ‘일자리(직업)’를 생각해야 한다고 부추겼습니다. 열일곱 살이 되도록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즐거울는지 갈피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저 배우고, 배운 뒤 삭이고, 삭인 다음 가꾸는 나날이었습니다. 이러다가 ‘민중서관 콘사이스 국어사전’을 통째로 두 벌 읽으면서 혼잣말을 터뜨렸어요. “무슨 국어사전이 이 따위야? 이렇게 엉터리로 엮어도 사전이라면 차라리 내가 쓰겠다!” 열일고여덟 살에 외친 혼잣말을 까마득히 잊다가 스물여섯 살 무렵 떠올렸고, 마흔여섯 살을 지나면서 되돌아봅니다. 스스로 마음에 심은 생각이라는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씨앗은 그저 씨앗이라 어디에서나 싹틉니다. 귀퉁이나 한복판을 안 가립니다. 사랑이란 해바람비를 줄 적에 잘 자라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열일고여덟 살 푸름이가 마음에 심을 꿈씨앗을 아름말(아름다운 말)로 품도록 낱말책이며 배움책을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아무 말이나 담는 낱말책이 아닌, 아무 얘기나 싣는 배움책이 아닌, 푸름이 스스로 열일고여덟 살을 눈부시게 피어나도록 꿈꾸는 씨앗이 될 아름말로 책을 엮고 글을 쓰고 말을 나누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아름드리 말꽃이 될 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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