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3 짧고 깔끔하게


낱말풀이는 짧고 깔끔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짧거나 깔끔하기에 다 좋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길게 이야기를 붙일 만합니다. 몇 쪽에 걸쳐서 말밑을 짚을 만하고, 보기글을 스물이나 쉰까지 붙여도 됩니다. 이를테면 ‘가다·보다·있다·살다’ 같은 낱말을 그저 짧고 깔끔하게 풀이하고 그친다면 외려 말결을 헤아리기 어려워요. 글쓰기에서도 이와 같으니, 글을 꼭 짧거나 깔끔하게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낱낱이 밝히거나 꼬치꼬치 캐내어도 좋아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고 읽도록 쉽게 쓴다든지, 풀꽃나무랑 어우러지듯 즐겁게 쓴다든지, 숲이랑 바다를 사랑하듯 노래처럼 써도 아름답겠지요. 글을 쓰기도 어렵고, 쉽게 쓰기는 더 어려운데 ‘아름답게 쓰기’를 해보자고 하면 엄청나게 어려우리라 여기는 분이 제법 많더군요. 그렇지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한 대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해보고 싶기에 자꾸 부딪히거나 넘어지거나 뒤처져도 다시 기운을 내어 달려들지요. 낱말풀이뿐 아니라 글쓰기를 놓고도 ‘짧고 깔끔히’에다가 ‘쉽고 즐겁게’를 보태고 ‘노래하며 아름답게’를 더해 봐요. ‘푸르고 사랑스레’에다가 ‘꽃처럼 피어나고 샘물처럼 솟아나는’을 달아도 좋습니다. 생각을 심는 글쓰기·글읽기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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