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5 손천



  웬만한 어른도 어린이도 책을 함부로 만지거나 다룹니다. 값비싸다는 빛돌(보석)을 “숱한 어른과 어린이가 책한테 하듯 함부로 만지거나 다뤄”도 될까요? 누구나 살펴보기 좋도록 펼쳐 놓는 새책집·헌책집입니다만, 새책도 헌책도 가볍게 쥐고 부드러이 넘기며 “내가 살 만한가 아닌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살 만하면 가슴에 품고, 살 만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곱다시 놓을 노릇이에요. 저한테 책쥠새를 가르치거나 알려준 어른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살림돈을 푼푼이 모아 어렵게 한 자락씩 장만한 책이다 보니, 저희 집에 있는 책조차 스스로 살살 가볍게 만집니다. 이러다 열 살 무렵 “책을 많이 건사한 동무네”에 놀러갔더니 동무가 책을 쥐는 손길이 무척 곱더군요.“넌 어떻게 책을 그렇게 읽니?” “막 읽으면 책이 다치잖아.” 동무를 보면서 책쥠새를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동무는 늘 손천(수건)을 챙겨서, 책을 읽다가 손을 닦더군요. 1994년 서울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에서 만난 책손 아저씨는 “집에서도 책을 볼 적에는 흰장갑을 껴요. 책먼지 때문이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헌책을 살필 적에도 책이 안 다치게 하고 싶거든요.” 하고 말씀했어요. 손천을 챙겨 손때를 틈틈이 닦으면서 책집에서 책을 살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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