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8.22.

숨은책 535


《手工敎育學原論》

 鈴木定次 글

 同文館

 1928.9.25.



  1923년, 서울에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섭니다. 우리나라 첫 책숲(도서관)은 아니나, 우리 삶터를 다룬 책을 알맞게 갈래를 지어서 두루 건사하기로는 처음이라고 할 만합니다. 총칼을 앞세우던 일본이 물러간 1945년 9월에 이곳은 ‘국립도서관’으로 바뀌고, 이윽고 ‘국립중앙도서관’이 됩니다. 일본사람이 건사했던 숱한 책을 얼결에 우리가 챙기면서 ‘나라책숲’을 가꾼 셈입니다. 그때 우리 책숲지기(도서관 사서)는 일본책을 어떻게 했을까요? 보기 싫어서 버렸을까요, 우리 삶터를 일굴 밑자락으로 삼으려 했을까요? 《手工敎育學原論》은 “朝鮮總督府圖書 記號 I.丙 六, 番號 251”이란 이름글을 새겼는데, 손살림을 아이한테 가르치는 길을 찬찬히 밝힌 책입니다. 나라책숲 이름글은 없으나 ‘朝鮮總督府圖書館’이라 찍힌 붉은 이름글에 ‘消’라는 글씨를 덧씌웠고, 곳곳에 ‘政府 圖書課 1947.10.14.’라는 이름글을 따로 찍습니다. 1945년 8월 뒤로 버림받을 뻔하다가 살아남았으나, 이제는 내버린 책이 되어 헌책집에 깃들었고, 2021년 8월에 서울 〈숨어있는 책〉에서 만났습니다. 마지막까지 머물 자리가 있기에 아스라한 자취를 돌아봅니다. 그들은, 또 우리는 어린이한테 무엇을 가르치거나 보여주면서 책을 여미는 마음일까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