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15.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2002.11.25.
그제 아침에 매미 허물을 하나 더 만난다. 잘 익은 무화과가 있는가 하고 살피다가 “응? 매미 허물이 이쪽에 또 있네?” 했다. 모시풀에 매달렸구나. 잘 익은 무화과를 둘 따서 큰아이하고 작은아이한테 하나씩 건넨다. “그럼 토막으로 갈라서 어머니랑 아버지도 똑같이 먹으면 되겠네.” 하는구나. 다 먹으라고 주었으나 토막을 얻는다. 어제는 오랜만에 두 아이가 읍내로 함께 저잣마실을 다녀왔다. 큰아이는 즈믄나무(천수목)를 보더니 묻는다. “저 나무가 앞으로 천 해를 더 살까요?” “지난 즈믄해는 매캐한 바람도 잿빛집도 없는 곳이었기에 살았다면, 이제는 날마다 매캐하고 시끄럽고 어지럽고, 더구나 즈믄나무 둘레에 있는 가게에서 나뭇가지가 성가시다며 함부로 자르기까지 했어. 이대로라면 제대로 못 살고 죽을는지 몰라.”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를 새삼스레 꺼내어 되읽었다. 나라를 보면 갈수록 ‘옳고그름(선악)’을 너무 따지면서 ‘우리 쪽에 안 서면 다 그르고 나빠!’ 하고 내치는구나 싶다. 늑대 아저씨도 돼지 아줌마도 함께 기쁘게 섣달잔치를 누리는 길을 헤아리는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햇볕과 바람과 비는 누구한테나 고루 퍼지는데, 이 땅에서 사랑은 어디로 스러질까? 어깨동무도 나눔도 빛을 잃는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