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8.15.

오늘말. 누름꽃


꽃을 눌러서 말립니다.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나 이렇게 하면서 잘 마른 꽃을 둘레에 나누었을 텐데, 우리는 이러한 꽃놀이 살림을 일본을 거쳐서 들였어요. 어떤 이는 일본말 그대로 ‘압화(押花/おしばな)’라 합니다. 어떤 이는 ‘꽃누르미’로 새로 짓습니다. 어떤 이는 ‘말림꽃’이나 ‘마른꽃’이라 하고, 어떤 이는 ‘누름꽃’이라고도 해요. 저는 여기에 ‘가랑꽃’이란 이름을 얹어 봅니다. 나뭇가지에서 마르며 땅으로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잎을 ‘가랑잎’이라 하기에, 마르는 꽃은 ‘가랑꽃’이라 하면 어울려요. 말도 넋도 삶도 우리가 다스리기 나름입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안 나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어린이하고 나누면서 물려주는 살림빛을 헤아린다면, 아이들한테 넘길 말빛을 생각한다면, 아무렇게나 쓰거나 내놓기보다는 곱게 다루고 차근차근 씨앗을 두듯 말 한 마디를 건사하겠지요. 마음에 어떤 줄거리를 놓느냐에 따라 빛도 길도 얼도 다릅니다. 뜻도 꾸밈새도 다르지요. 어떤 마음바탕으로 말을 엮고 생각을 짓겠습니까? 스스로 어떤 살림을 갖추거나 차리면서 오늘을 읽겠습니까? 지긋이 밑길을 헤아리면서 느낌을 돌아봅니다.


ㅅㄴㄹ


가랑꽃·마른꽃·말린꽃·말림꽃·꽃누름·꽃누르미·누름꽃 ← 압화(押花/おしばな)


다루다·다스리다·여기다·삼다·두다·굴다·하다·쓰다·시키다·내놓다·치우다·팔다·넘기다·뜻 ← 처분(處分)


갖추다·건사하다·마련하다·장만하다·놓다·두다·차리다·차려놓다·있다·되다 ← 구비(具備)


틀·틀거리·밑·밑감·밑틀·밑길·밑바탕·밑판·바탕·얼개·얼거리·짜임새·꾸밈새·판·줄거리·줄기·뼈대·씨알·결·느낌·마음·말·빛·길·넋·얼·알다·뜻·생각·헤아리다·읽다 ← 콘셉, 컨셉, 콘셉트, 컨셉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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