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0 골목책방과 영천시장
영천시장 끝자락에 〈골목책방〉이란 헌책집이 있었어요. 이곳 책집지기님은 1970년부터 헌책집을 하셨는데 올해 2021년 겨울에 돌아가셨어요. 여든한 살로 숨을 거두기까지 쉰두 해를 하루도 안 쉬고 책집지기로 일하셨지요. 저는 2005년이 저물 즈음까지 서대문구하고 큰길 하나로 갈리는, 건너쪽 종로구 교동(경교장 둘레)에서 살았는데, 2000년에 삯집을 알아보러 교동하고 냉천동·현저동·옥천동·사직동을 몇 달 동안 뻔질나게 걸어다니고 빈집(아직 계약 안 된 집)에 들어가서 낮밤에 따라 누워 보며 “두고두고 지낼, 글쓰는 사람이 살 만한 집”인가를 어림했어요. 냉천동·옥천동·사직동·현저동에 마음에 아주 드는 집이 한 곳씩 있었고, 교동에도 한 집 있어서 한참 갈팡질팡하다가 교동 적산가옥으로 마음을 굳히고 그곳에서 여러 해 살았어요. 이러다 2005년에 서울을 떠나며 〈골목책방〉도 뜸하게 찾아갈밖에 없더군요. 둘레에서 ‘독립문·영천시장’을 말하면 으레 “아, 아름다운 헌책집 〈골목책방〉이 깃든 데 말씀이시지요?” 하고 얘기했어요. 마을이름을 늘 그곳 책집이름하고 맞물려서 생각했습니다. 책집이 있기에 마을이요, 책집이 있어 마을이 빛난다고 여깁니다. 마을이 책집을 낳고, 책집은 마을을 새롭게 가꾸거든요. ㅅㄴㄹ
2004년 겨울 어느 날
영천시장(독립문) 골목책방
책집지기 할아버지가 걸어온
쉰두 해 발걸음은
온누리에 책씨앗으로
포근히 깃들었으리라 생각해요
하늘누리에서 고이 쉬시면서
이 땅을 따사로이 살펴 주시기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