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8.9.
오늘말. 코납작
꽤 어릴 적이던 어느 날 ‘아이지기’란 말을 처음 듣고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쩐지 ‘-지기’라는 이름을 붙이면 억지로 밀거나 끌거나 당기지 않을 듯했습니다.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품는 자리 같아요. 우리는 일본스런 한자말 ‘학부모’를 여태 쓰지만, 이보다는 ‘아이지기’ 같은 이름을 쓰면 참 어울리겠다고 생각합니다. 낳는 어버이뿐 아니라 돌보는 어버이도 ‘아이지기’이니까요. 별이 돋는 밤에는 별밤지기가 있습니다. 한밤에는 밤지기가 있어요. 낮에는 낮지기가 있고, 마을에는 마을지기가 있지요. 책집에는 책집지기요, 나라에는 나라지기입니다. 모든 지기는 마음을 걸고서 사랑을 지킵니다. 힘이 모자란 듯해도, 아슬아슬하더라도 기꺼이 해보고 부딪히지요. 모든 궂은 힘에 맞서서 품는 지기입니다. 바보짓은 언제나 지기 앞에서 코납작이 됩니다. 힘으로 놀거나 돈으로 놀음을 해도 지기 앞에서는 야코죽어요. 사랑은 힘·돈·이름으로는 얻거나 펴지 못하거든요. 늘 맑고 아름다이 사랑을 실어나르는 지기입니다. 사랑을 보내고 꿈을 띄워요. 노래를 나르고 춤짓을 태웁니다. 오늘지기가 되고, 하루지기가 되며, 사랑지기가 됩니다.
ㅅㄴㄹ
지기·지킴이·밤지기·밤지킴이·별밤지기·별밤지킴이 ← 당직(當直), 불침번(不寢番), 숙직(宿直)
걸다·내걸다·노름·내기·놀음·놀이·돈놀이·아슬아슬·해보다·부딪히다·부딪치다·맞서다·맞붙다 ← 도박, 도박적, 베팅
부아나다·성나다·야코죽다·큰코 다치다·코납작·콧대죽다·호된맛 ← 역린(逆鱗)
나르다·실어나르다·가져다주다·찾아가다·보내다·태우다·띄우다·다다르다·닿다·오다 ← 배달, 배송(配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