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8 멋말
말꽃은 멋을 부리지 않고, 멋을 부릴 수 없으며, 멋으로 가지 않습니다. 말꽃은 오직 맛을 헤아리고, 맛을 밝히며, 맛스러운 길을 갑니다. 고작 ㅏ하고 ㅓ가 다른 ‘맛·멋’인데, 말꽃은 겉으로 예쁘거나 좋아 보이도록 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말꽃은 속으로 든든하면서 새롭게 피어나도록 북돋운다는 뜻입니다. 말풀이를 멋스럽게 꾸미지 않습니다. 더 이름난 사람이 쓴 보기글을 싣지 않습니다. 더 훌륭하다는 보기글을 따오지 않습니다. 굳이 글꽃(문학)에서 보기글을 따지 않습니다. 풀이말은 어느 쪽에도 안 서도록 새로 지어서 붙이기 마련인 말꽃인데, ‘삶을 짓는 기쁨’하고 ‘살림을 노래하는 사랑’하고 ‘숲을 돌보는 손길’을 넌지시 깨달으면서 받아들이도록 가다듬습니다. 어떤 낱말이든 그 낱말이 태어나고 자라난 길을 비추기 마련이에요. 이 길을 말풀이하고 보기글에서 보여주되,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틀이 아닌, 앞으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새롭게 가꾸면서 숨을 빛내는 실마리를 스스로 찾도록, 부드럽고 상냥한 숨결을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멋말(멋부린 말)은 외려 멋없습니다. 겉치레 아닌 속가꿈하고 속사랑으로 말을 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