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6 마음에 닿는



  제가 쓴 글을 이웃님이 읽고서 마음에 닿는 대목이 있다면, 이웃님이 여태 살아오면서 미처 글로 옮긴 적은 없으나 삶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깊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웃님이 쓴 글을 읽고서 제 마음에 닿는 대목이 있다면, 제가 이제까지 살면서 아직 글로 옮기지 않았으나 살림을 헤아리는 눈빛을 이모저모 가꾸었다는 뜻이라고 여깁니다. 마음이 닿는다면 삶이며 살림이 닿아서 사랑으로 흐를 만하지 싶습니다. 훌륭한 글이기에 마음이 닿지 않아요. 아름다운 글이기에 마음에 스미지 않아요. 안 훌륭한 책이나 안 아름다운 책이란 따로 없어요. 어느 책이나 글이든, 어느 대목이나 줄거리를 문득 스치면서 우리 마음자리에 톡 하고 씨앗을 떨구는구나 하고 느낄 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삶자리에서 살림꽃을 지피려고 글을 씁니다. 우리가 지피려는 살림꽃을 새삼스레 들여다보면서 한결 깊이 돌아보려고 이웃님 글을 읽습니다. 먹는 대로 피와 살이 되지 않아요. 마음을 쓰는 대로 피와 살이 됩니다. 읽는 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요.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는 대로 머리에 들어오고 살갗으로 녹아들어 새롭게 생각을 일으키는 조그마한 씨앗 한 톨로 깃듭니다. 마음에 담고픈 씨앗을 살피며 글을 고르고, 쓰고, 읽고, 가다듬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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