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24.


《초록 거북》

 릴리아 글·그림, 킨더랜드, 2021.6.5.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에 가서 장만한 커다란 수박이 곪았단다. 한 조각을 떼어 맛보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너희 아버지는 맛을 몰라.” 하고 곁님이 퉁. 작은아이 혀는 조금이라도 쉬거나 곪으면 꺼린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김치나 동치미나 찬국수나 크림이나 요거트를 몸에서 안 받아들였다. 치즈조차 조금만 먹어야 했고, 달걀도 조금만 먹어야 한다. 혀로 느끼는 결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가 “우리나라 사람이 왜 김치를 못 먹어?” 하고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이라 해서 다 똑같아야 합니까?” 하고 따진다. 곪은 수박은 통째로 땅한테 돌려주어 흙으로 가도록 한다. 저녁을 짓고서 《초록 거북》을 돌아본다. 아이들은 한 벌 읽고서 그럭저럭이었다면서 더 들추지는 않는다. 거북에 빗대어 어버이하고 아이 둘이 맺는 삶을 그렸는데, 늙기에 낡고 어리기에 젊다고 하는 틀이 썩 못마땅하다고 여길 수 있다. 어버이가 되면 늘 무겁게 등짐을 짊어지고 아이한테 모두 챙겨 주는 얼개는 자칫 굴레처럼 보일 수 있다. 줄거리는 ‘내리사랑 치사랑’이라 할 텐데, ‘참사랑’이란, 물려주고 물려받을 사랑이란 뭘까? 즐겁게 걷고 스스로 노래하고 사랑으로 살림하는 길이란 뭘까? 그림님이 시골에서 산다면 다르게 엮었으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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