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21.


《50센티미터의 일생 1》

 시라카와 긴 글·그림/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20.9.21.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는데, 벌 하나가 팔등에 앉다가 허벅지로 옮겨앉는다. 엊그제 아이들이 말하던데, 마루닫이 틈으로 벌이 드나들면서 집을 짓는 듯하다더라. 이 아이들은 그 자그마한 곳에서 어떤 집을 짓고서 어떻게 살아가려나. 가만 보면 벌이건 새이건 개미이건 벌레이건 틈만 있으면 들어가서 눌러앉으려 한다. 틈만 있으면 놀려 하기에 아이라 할 테고, 틈만 있으면 즐겁게 살림을 하기에 어른이라 할 만할까? 나는 틈만 있으면 무엇을 할까? 《50센티미터의 일생 1》를 읽었다. 길고양이하고 집고양이 사이에서 삶을 보내는 눈높이(50센티미터)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오늘 우리는 고양이나 개를 귀염이로 여기면서 곁에 두곤 하는데, 나라나 마을이 없던 아스라이 먼 옛날에 고양이는 어떤 숨결로 하루를 지었을까? 사람은 그리 멀잖은 자취를 따지면서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고양이 나라에서는 백만이나 천만을 아우르는 자취를 돌아보지는 않을까? 어쩌면 백억이나 천억이라는 나날을 되새길는지 모른다. 더구나 사람들이 가르치거나 말하거나 책으로 다루는 자취(역사)는 기껏 싸움판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 사랑하며 살림을 지은 수수한 삶자락을 자취(역사)로 보는 눈썰미는 어디에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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