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7.24.
숨은책 530
《굳세월아 군바리 1》
나병재
서울문화사
2003.11.25.
사내란 몸을 입고 태어나면 누구나 겪기 마련이지만, 누구도 안 쓰거나 입을 다물려고 하는 ‘싸움판(군대)’ 이야기가 있어요. 하루 내내 퍼지는 거친 말씨에 주먹질에다가, 살곶이를 하고 싶어 새내기(신병)를 괴롭히는 짓, 마을가게 바가지, 끝없이 걷기, 끝없이 눈삽질, 끝없이 모래삽질, 끝없이 걸레질, 얼음 깨서 빨래하기처럼 쓸쓸한 일이 가득했어요. 《굳세월아 군바리》는 ‘서울내기 대학생’이 군대에 끌려가는 나날을 갈무리하는데, “그럼 한 번만 줘라! 한 번만 하고 가자!(14쪽)”나 “저곳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한 분께, 내가 한 번 준다!(180쪽)” 같은 대목처럼 살곶이에 넋나간 사내 모습을 잘(?) 그립니다. 싸움판(군대)이란, 새내기(신병·이등병) 적에 얻어맞고 시달리던 나날이다가 차츰 윗자리(고참)가 되며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며 길드는 굴레입니다. 맞은이(피해자)였으나 때린이(가해자)가 되는 사내가 수두룩합니다. 이 탓에 끔찍한 그곳 이야기가 외려 안 드러나는구나 싶어요. 맞거나 짓밟혔기에 똑같이 때리거나 짓밟아야 할까요? 이런 곳이 싸움판인데 나라(정부)도, 숱한 사내도 쉬쉬합니다. 아이들은 싸움판 아닌 숲을 누려야 합니다. 싸움판은 주먹질(폭력)뿐 아니라, ‘동성폭력’이 늘 춤추는 곳입니다.
ㅅㄴㄹ
끔찍한 비추천도서이지만
비추천도서이기에
더 차분히 '군대 문제'를
단출히 적어 보려 했다.
폭력을 되풀이해서 되물림하고
사회에 퍼뜨리는 바탕이
바로 군대라고 할 만하다.
군대에서 길들지 않으려고
날마다 싸워야 했고,
동성폭력을 끊으려고
얼마나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