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2021.7.22.
그림책시렁 677
《買物繪本》
五味太郞
ブロンズ新社
2010.4.25.
자리에 따라서 보는 눈이 다릅니다. 사는 자리하고 파는 자리는 사뭇 달라요. 짓는 자리하고 쓰는 자리는 다릅니다. 맺는 자리하고 누리는 자리가 다르지요. 걷는 자리랑 나는 자리가 다를밖에 없습니다. 어머니하고 아버지라는 자리가 다르고, 아이랑 어른이란 자리가 다릅니다. 무엇이 있거나 없기에 다르고, 똑같은 일을 겪더라도 맞이하는 생각이 달라요. 《買物繪本》은 “사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돈을 치러서 사기도 하지만, 일을 하면서 ‘삶맛을 사기’도 합니다. 단맛을 살 때가 있다면, 쓴맛을 살 때가 있어요. 웃음을 살 때가 있고, 눈물을 살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살면서 무엇을 사고, 어떤 살림을 건사하고, 누구를 벗으로 삼는가요? 우리말로 보면 줄줄이 ‘사(사다·살다·삼다)’가 맞물립니다. 우리가 있는 쪽으로 맞이하거나 들이는 모습·몸짓을 ‘사’를 밑자락으로 둔 낱말로 그리는구나 싶습니다. 돈으로 사는 하나가 있다면, 돈으로는 못 사는 둘이 있어요. 돈을 따지는 셋이 있으면, 돈은 아랑곳않는 넷이 있어요. 사랑은 돈으로 어림하지 못해요.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도, 바다가 베푸는 빛살도, 별이 드리우는 하루도 돈셈으로는 재지 않습니다. 사람은, 살고 살림하며 서로 사랑을 삼아 숲이 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