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5.


《목장 OL 1》

 마루이 마오 글·그림/신동민 옮김, 직선과곡선, 2019.5.15.



새벽에 일어나서 노래꽃을 쓰고 글을 여민다. 등허리랑 무릎을 토닥이고 자전거가 튼튼히 달려 주기를 빈다. 제주 시내부터 조천 바닷가를 보며 달린다. 바람이 얼마 없고 땡볕이 좋다. 살이 잘 익는구나 싶다. 바지런히 달리다가 조그만 나무그늘을 찾아서 쉴 적에 “빨리 달릴 생각이니, 느긋이 누릴 생각이니?” 하고 혼잣말을 한다. 조천에서 〈시인의 집〉에 들러 다리를 살짝 쉰다. 바닷게를 손바닥에 얹고서 얘기를 하고서 구좌읍 세화마을 쪽으로 이어 달린다. 맞바람도 등바람도 없이 오직 다릿심으로 나아간다. 뺨을 타고 입술에 닿는 땀을 짭짤하게 누린다. 풀밭에 앉아 신을 벗자니 개미가 발가락부터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를 슬금슬금 긴다. 다리가 뭉치지 않도록 간질여 주네. 개미를 보다가 노래꽃을 새로 한 자락 쓴다. 세화 〈제주풀무질〉에 닿았고, 낯을 거푸 씻으며 땀을 털어낸다. 《목장 OL 1》를 이태 묵혀서 읽었다. 이 그림꽃책을 펴니 《백성 귀족》이 떠오른다. 《백성 귀족》은 익살스레 줄거리를 짜맞추느라 어느덧 샛길로 확 빠졌다면 《목장 OL》은 차분하게 훗카이도 들밭(농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주에서 밭살림 일구는 이웃님을 만나서 한참 수다를 폈다. 들빛을 머금으며 들노래를 부른다면 온누리가 푸르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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