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2 길들다



  까마득히 어리던 모습을 떠올립니다. 까마득히 어리던 그때에는 길을 가리지 않습니다. 언니나 어버이가 “거긴 길이 아니야!” 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씩 웃으면서 거침없이 갑니다. 온누리 모든 아기는 언니나 어버이 말을 한귀로 흘립니다. “거긴 길이 아니거든?” 하고 따져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통통통 달려갑니다. 마음에 티가 없을 적에는 길을 가리지 않고, 길을 내지 않습니다. 길인 곳이나 길이 아닌 곳이 따로 없거든요. 가고픈 대로 가고, 하고픈 대로 하며, 사랑하고픈 대로 사랑합니다. 놀고픈 대로 놀며, 자라고픈 대로 자라지요. 탁 트인 마음이기에 아기는 말을 곧 익히고 손발을 이내 홀가분히 놀립니다. 이러다가 ‘길이 드는’ 때로 접어들면 스스로 새롭게 생각하거나 움직이지 않아요. 누가 시키는 대로 하고, 누가 말하는 대로 따릅니다. 남들이 많이 읽은 책을 읽어도 안 나쁩니다. 그러나 스스로 고른 책이 ‘어쩌다 남들도 많이 읽는 책’일 적에 스스로 즐겁습니다. 처음부터 ‘길든 눈빛’이 되어 남들 눈치를 따지면, 우리 삶을 스스로 못 가꿔요. 쳇바퀴에 길들어요. 어디나 길일 적에는 어디나 가볍고 포근합니다. 무엇이나 길일 때에는 무엇을 읽어도 마음을 살찌우는 빛이 되고 노래가 되며 해님처럼 웃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