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35 무기질적



  요즈음 나도는 적잖은 말씨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겉으로는 우리말처럼 들을 만하지만, 알맹이는 온통 일본 한자말이나 말씨예요. 이를테면 ‘무기물적’ 같은 낱말을 들 만합니다. ‘유기물·무기물’로 가르는데, 배움판에서는 ‘일본사람이 한자로 엮은 말씨’를 그냥 씁니다. 이 대목을 살펴볼게요. 일본 배움판은 ‘영어·독일말·프랑스말·라틴말로 적힌 배움말’을 ‘일본 터전에 맞추어 풀어내는 말씨’로 가다듬었어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짓밟을 적에 이 일본말이 너울처럼 들어왔고, 이때 이 배움말(학문용어)을 우리 터전에 맞추어 풀어내려고 애쓴 분이 너무 적습니다. 사슬(강점기)에서 풀려난 1945년 8월 뒤에도 매한가지예요. 어느 나라이든 때로는 바깥말로 배움말을 삼을 수 있습니다만, 배움판에서 쓰는 배움말이 온통 바깥말이라면 그 나라는 넋과 얼이 어떻게 흐를까요? ‘유기질·무기질’은 모두 숨결하고 얽힌 낱말인데, 일본에서는 ‘무기질 + 적(的)’이란 말씨로 ‘차갑다·메마르다·딱딱하다·죽은 듯하다’를 나타내곤 하더군요. 잘못 쓴 셈인데요, 이런 말씨가 우리나라에도 퍼졌습니다. 제때 제대로 생각을 담을 낱말을 가려써야지요. 낱말책은 ‘생각을 담는 말’을 추스를 길잡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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