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1 쉽게
어린배움터에서 따돌림이랑 괴롭힘을 받은 이웃나라 아이는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할 줄 아는데, 이를 얼간이 같다고 여기는 사람(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많았다더군요. 아이는 마침종이(졸업장)를 주는 곳을 씩씩하게 떠났고, 숲집에서 풀꽃나무랑 동무하며 주고받은 말을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란 책으로 선보여요. 그러나 옮김말이 참 갑갑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기에, 스스로 어린이 눈이 된다면, 쉽게 말하기가 가장 쉬운데, 그만 어른 눈으로만 보니까 쉽게 말하기가 가장 어려운 길이 되더군요. 쉽고 수수하게 말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가려는 마음입니다. 안 쉽고 안 수수하게 말하는 사람은 ‘안 사랑’으로 가려는 뜻입니다. 사랑으로 가려고 하니 감추거나 속이지 않아요. ‘안 사랑’으로 가려고 하니 감추거나 속여요.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 감추거나 속이려는 뜻이 있구나 싶어요. 억누르거나 옥죄는 이 삶터에서 길들거나 주눅든 나머지 우리 스스로 속내를 밝히는 기쁜 길을 미처 못 가는데요, 창피하지 않아요.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다 틀려도 좋고, 저처럼 말을 더듬거나 혀짤배기여도 좋아요. 쉽고 수수한 말씨를 즐겁게 써요. 이렇게 하면 온나라가 아름답고 온누리가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