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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2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1.7.15.
그림책시렁 723
《고요히》
토미 드파올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1.5.10.
우리 시골집에서는 밤새가 노래하며 밤을 맞이하고, 새벽새가 노래해서 새벽을 엽니다. 가끔 바깥마실을 나가서 밤을 맞이할 적이나 새벽을 열 적에 새노래를 마주하는 일은 드뭅니다. 서울·부산처럼 큰고장뿐 아니라 구미·익산 같은 작은고장에서도 길손집 둘레에서 새가 노래하지 않거나, 자동차 소리에 잡아먹히더군요. 그래도 어디에서나 귀를 쫑긋 세우며 어느 새가 어디에서 노래하나 하고 어림합니다. 어디쯤 풀밭이 있어 풀벌레가 사근사근 속삭이는지 헤아립니다. 고요히 눈을 감고서 풀노래를 찾습니다. 가만히 눈을 뜨고서 바람노래를 담습니다. 《고요히》는 소리도 몸짓도 내려놓고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노래를 하늘빛 머금은 바람으로 맞아들이는 길을 들려줍니다. 자동차를 버리면 가장 좋고, 이틀이나 사흘마다 자동차를 놓고서 걷기로 해요. 지름길로 가도 안 나쁘지만, 굳이 마을길로 천천히 걸어요. 자전거를 빨리 몰지 말고 바람맛을 상큼히 머금으며 몰아요. 풀밭에 맨발로 서고, 나무를 맨손으로 타요. 혀로 빗물을 받고 손등에 나비를 앉혀요. 어깨에 새를 앉히고 무릎을 바닷물에 담가요.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는 어떤 사랑인가요? 우리는 저마다 어떻게 빛나는 숲내음을 머금은 삶을 짓는 살림길인가요?
ㅅㄴㄹ
#TomiedePa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