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5. 망령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망령’은 ‘亡靈’하고 ‘妄靈’으로 가르는데, 둘을 한자나 한글만 보고 가름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런 말을 쓴대서 나쁠 일은 없으나, 어느 한자로 어느 곳에 써야 알맞을까로 머리를 앓기보다는, 곧바로 누구나 알아차릴 만한 말씨를 쓸 적에 더없이 쉬우면서 부드럽고 즐거우리라 봅니다.
이를테면 ‘넋·죽은넋·허깨비·허울·그림자·찌꺼기·찌끼·찌끄러기·부스러기·티·티끌·허접하다·끔찍하다·더럽다·추레하다·지저분하다·꼴사납다·사납다·눈꼴사납다’라 하면 되고, ‘늙다·늙은이·늙네·늙다리·낡다·낡아빠지다·추레하다·벗어나다·넋나가다·넋빠지다·얼나가다·얼빠지다·바보·바보스럽다·모자라다·멍청하다·멍하다·맹하다·엉망·엉터리·어지럽다·어이없다·턱없다·터무니없다·생각없다·흐리다·흐리터분하다·흐리멍덩하다’라 하면 되어요. 이렇게 우리말로 수수하게 말할 적에는 이 ‘망령’이나 저 ‘망령’을 몰라도 되고, 쓸 일이 없습니다.
한자말 사이에서 헤매기보다는 ‘허깨비·허울’에서 왜 ‘허-’가 들어가는가를 생각하고, ‘허깨비·도깨비’에서 ‘-깨비’는 어떻게 어울리는가를 살피면 좋겠습니다. ‘늙다·낡다’가 만나는 꼭지를 돌아보고 ‘멍하다·맹하다·엉망’이 얽히는 대목을 들여다보면서 ‘흐리다’를 말끝을 바꾸어 쓰는 길을 엿보면 즐거워요.
어떤 낱말을 가려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는 우리 스스로 생각을 어떻게 가다듬어서 가꾸느냐 하는 실마리로 잇닿습니다. 한자말 ‘자유’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린이한테 어떻게 들려주겠습니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민주·평화·평등’처럼 어른끼리는 그냥 쓰는 한자말을 어린이한테 어떻게 알려주렵니까?
어린이한테 뜻풀이를 자꾸자꾸 해주어야 하되, 뜻풀이 다음으로 새말을 슬기롭게 짓는 발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낱말이라면, 우리말스럽지 않기 마련입니다. 우리말은 “깨끗한 겨레말”이라기보다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빛내도록 북돋우는 가장 쉽고 즐거운 살림말·사랑말”입니다. 어린이 곁에서 살림말과 사랑말을 쓸 줄 안다면, 이웃 어른 사이에서도 살림말과 사랑말을 쓰겠지요. 꾼말(전문용어)로는 살림도 사랑도 삶도 피어나지 않습니다. 꾼말은 오직 끼리질(이해타산)으로 흐릅니다. 꾼말을 어린이한테 들려주거나 가르치기에 알맞지도 않지만, 어른 사이에 쓰기에도 나쁩니다.
꾼말이라는 허깨비를 씻어내면 좋겠어요. 어른끼리 쓰는 모든 꾼말을 함박비에 쓸어내면 좋겠어요. 쉽고 즐겁게 쓸 살림말로 생각에 날개를 다는 슬기로운 어른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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