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7.3.
오늘말. 미루다
안 하고 싶으니 손사래를 칩니다. 어느 자리를 맡고 싶지 않으니 물러섭니다. 입맛이 당기지 않아서 물리고, 오늘은 때가 이른 듯하여 미룹니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열매가 조용히 녹아 흙으로 스러집니다. 맛나게 차린 밥이 어느새 사라집니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먹어서 없애지 않아도 돼요. 손이 없어서 일을 못하기도 하지만, 그다음에 하자고 여기며 느긋하게 쉬기도 합니다. 싫다면 그만해요. 가볍게 멈춥니다. 살짝 손을 뗍니다. 짜증스러우니 때려치우거나 걷어치우고 싶을 텐데, 그저 가볍게 손을 놓아요. 다음에는 다르지 않을까요? 지난날에는 어느 가게나 낱으로 덜어서 사고팔도록 했는데, 이제는 꾸러미로 하기 일쑤입니다. 새삼스러운 장사판이기에 ‘낱가게·덜어가게’나 ‘바구니집·함지집’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짓습니다. 예전 그대로 좋다면 고스란히 갈 만하고, 새롭게 채울 길을 본다면 즐겁게 더하거나 붙여서 가꿉니다. 와락 보태기보다는 차근차근 북돋웁니다. 잔뜩 끌어올려도 나쁘지 않지만, 차근차근 올립니다. 모자라면 다시 채워요. 넉넉하다면 이웃 바구니에 되채울 만해요. 더 누리듯 더더 나눕니다. 살리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안 하다·손사래·물러서다·물리다·미루다·스러지다·사라지다·없애다·없어지다·없다·그다음·이다음·다음·나중·그만두다·그만하다·그치다·멈추다·손놓다·손들다·손떼다·고개젓다·지우다·치우다·싫다·걷어치우다·때려치우다·집어치우다 ← 취소, 캔슬, 해약, 해지(解止)
낱집·낱가게·덜어가게·덜어집·바구니집·바구니가게·함지집·함지가게 ← 벌크샵(bulk shop)
다시 채우다·되채우다·채우다·보태다·더하다·붙이다·더·더더·북돋우다·끌어올리다·올리다 ← 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