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5.
《비로소 나를 만나다》
김건숙 글, 바이북스, 2021.6.20.
읍내를 다녀올 적에 마을 앞에서 버스를 타고내리면 수월하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드문드문 지나가는 버스를 맞춰서 다니기 어렵다. 옆마을로 멀찌가니 지나가는 버스를 타면 제법 걷더라도 읍내에서 덜 서성거릴 만하다. 오늘은 작은아이하고 옆마을에서 내려 걷는다. 논마다 벼싹이 가득하고, 흙에 뿌리를 뻗는 어린벼는 반짝반짝하면서 바람노래를 휘감는다. 들길 한복판에서 등짐을 내리고서 여름소리를 듣는다. 어리면서 여린 벼에 스치면서 새로 깨어나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소리를 어떤 글씨로 옮길 만할까? 글씨로 옮긴들 이 글씨를 눈으로만 읽어서는 “어리고 여린 볏포기에 스치면서 깨어나는 푸르게 반짝이는 바람노래”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알아챌까? 《비로소 나를 만나다》를 읽었다. 며칠 사이에 회오리바람처럼 일어난 이야기를 조촐하게 여미었다. 꼭 몇 해나 쉰 해쯤 살아낸 이야기여야 책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흐르는 길을 읽고서 살포시 갈무리할 수 있으면 된다. 사이사이 글멋을 넣은 대목을 덜어내면 “비로소 나를 만나는” 길이 한결 빛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저마다 아름답다면 멋을 부릴 때가 아닌, 멋을 치우고 오롯이 사랑으로 스스로 웃고 노래할 때라고 느낀다. 웃고 노래하는 사람은 모두 예쁘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