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4.
《팔과 다리의 가격》
장강명 글, 아시아, 2018.7.31.
들깻잎을 하나 훑어 혀에 얹는다. 확 하고 개운한 맛이 짜르르 퍼진다. 입을 말끔히 씻어 주는 잎이다. 마치 박하 같다. 아니, 박하는 박하내음으로 환하고, 들깨는 들깨내음으로 환하다. 가게에서 팔거나 밥집에서 놓는 들깻잎은 허울은 들깻잎이되 막상 ‘꼭짓물(수돗물)에 길들고 비닐집에 갇힌 냄새와 맛’이라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들딸기하고 비닐밭딸기도 맛을 이렇게 가를 만하다. 나뭇가지를 쇠줄로 휘어 놓고서 따는 무화과랑 나뭇가지를 마음껏 뻗으며 비바람해를 먹은 무화과도 맛이 하늘땅처럼 다르다. 《팔과 다리의 가격》을 읽었다. 1975년에 태어난 또래 글님인 장강명 님 책을 처음으로 쥐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나고 자라면서 동아일보 글꾼으로 지내고 붓바치(지식인)인 어버이를 둔 또래 글님은 글 한 줄로 어떤 삶길을 다루려는 꿈일까. 높녘(북녘) 한겨레 이야기를 다룬 책은 높녘 이웃이 부대껴야 한 삶길을 고스란히 옮긴다. 끝까지 읽다가 문득 허전했다. ‘고스란히 옮기는 글’은 있으나 ‘고스란히 지피는 빛’은 있는지 없는지 알쏭했다. 가시밭길을 옮기는 글힘은 있되, 저 높녘에서는 어떤 나무가 자라고 어떤 풀꽃이 피며 어떤 바람하고 냇물이 흐르는가 같은 이야기를 얹는 숲빛은 장강명 님한테 아직 없는 듯하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