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1 안 쓰다



  모든 낱말을 낱말책에 싣지는 않아요. 굳이 다 안 실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낱말책은 ‘웬만한’ 낱말을 싣습니다. ‘살려쓰는’ 낱말을 싣고, ‘새로짓는’ 낱말을 실어요. 널리 쓰기에 싣지는 않아요. 널리 안 쓰지만 즐거이 쓸 만하구나 싶으면 싣습니다. 무엇보다도 낱말책에는 “생각을 빛내거나 북돋우는 말”을 가리거나 챙겨서 싣습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안 빛내거나 못 북돋우는 말”은 굳이 안 싣기도 합니다. 안 쓴다고 할 적에는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끝이나 마감입니다. 더 하거나 쓸 까닭이 없고, 싫거나 꺼린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생각이나 새길입니다. 예전에 쓰거나 어제까지 썼지만 이제부터 안 쓰고 싶기에 새롭게 생각해서 길을 찾으려 하지요. 오늘부터 다르게 나아가거나 새삼스레 펼치고 싶기에 “어제까지 쓰던 길은 내려놓고(안 쓰고), 스스로 지어 새롭게 쓸 길을 찾는다”고 하겠습니다. 때로는 옳거나 바르게 가다듬지만, 밑바탕은 “말을 새롭게 생각하며 살찌우는 즐거운 길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나아가도록 여는 실마리”를 들려주는 낱말책이라 하겠습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들려줄 말도, 어른으로서 아이한테 물려줄 말도, 이처럼 생각에 날개를 달며 홀가분하게 피어나도록 가다듬기에 즐겁게 사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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