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2.
《달님과 소년》
입 스팡 올센 글·그림/장영은 옮김, 진선출판사, 2020.10.27.
며칠 앞서 마을 아랫샘을 치웠다. 두 아이가 거들러 나왔고, 세 사람은 샘터이자 빨래터를 척척 치웠다. 어느덧 열한 해째에 이르는 샘터 치우기. 낮에 작은아이하고 읍내에 가서 수박을 장만한다. 시골버스로 집에 돌아올 즈음 큰아이가 마을 어귀에 마중을 나왔다. 훌륭한 아이들이라고 속으로 생각했고, 이내 “우리 아이들 참 훌륭하네!” 하고 이야기한다. 《달님과 소년》은 작고 야무지다. 이야기를 엮어 들려주는 손끝이 상냥하다. 어린이를 헤아리면서 함께 놀고 소꿉하는 살림을 그리는 그림책은 이렇게 부드러이 흐르는 산들바람 같은 숨결이 빛난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그림책을 펴면서 새삼스레 우리 그림책을 떠올린다. 요즈음 나오는 웬만한 우리 그림책은 너무 어른스럽다. 아이일 적부터 배움앓이(입시지옥)에 허덕이다가 열린배움터(대학교)까지 마치고서 큰고장 달삯일꾼으로 고단하던 나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림책이 참 많다. 스스로 겪은 삶이 쳇바퀴요 배움수렁인 탓에 이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을 그림책에 담을 수도 있지만, 그런 줄거리만 다루면 아이들이 무엇을 누리면서 놀까? 그림책이라면 무엇보다 ‘놀이’를 담고 ‘노래하는 놀이’를 얹고 ‘노래하며 웃고 떠들고 춤추는 소꿉놀이’가 바탕이 되어야지 싶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