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노래 2021.6.21.

놀이하는 어린이 4 입시지옥은 폭력



  열세 살이 저물던 1987년 겨울에 어머니가 “얘야, 너도 학원에 가지 않을래?” 하고 물었다. “네? 학원이요? 그럴 돈 없잖아요?” “이제 중학생이 되면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다른 집에서는 벌써 다 하더라.” “에이, 다른 집에서 해도 우리랑 달라요. 돈도 아깝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는 대로 해야지, 먼저 중학교 과정을 학원에서 배우기 싫어요.”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러다가 뒤처지지 않겠니?” “학원 안 가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진도를 못 따라간다면, 학교 잘못이에요. 국민학교 1학년에 들어갈 적에 저는 한글을 몰랐지만, 그냥 학교에서 뗀 한글로 잘 배웠잖아요. 영어나 수학도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배우면 돼요.” “엄마는 걱정되는데? 잘 생각해 봐.”


  며칠 뒤 “얘야, ○○ 알지?” “네.” “걔네가 대학생을 불러서 과외를 한대. 거기서 같이 배워라.” “과외면 더 비싸잖아요.” “워낙 이십만 원 내야 하는데, 한 사람 옆에 앉혀서 오만 원만 내기로 했어. 한 달만 해도 돼.”


  난 ‘고졸’이다. 고졸로 살며 아랑곳할 일이 없지만, 이 나라를 보면 “졸업장을 따니 다른 졸업장을 따려고 학교에 더 들어간다”고 느낀다. 자격증도 같다. 졸업장은 졸업장을 낳고, 자격증은 자격증을 낳는다. 이 고리를 안 끊으면 삶터가 엉망이다. “배움수렁은 주먹질(입시지옥은 폭력)”이다. 걱정은 걱정을 낳고, 사랑이어야 사랑을 낳는다. 어린이를 수렁에 밀어넣으면 아이는 죽음을 배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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