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두고읽기 두고책 0 두고두고 읽는 책



  우리말 ‘두다’가 있습니다. 어느 곳에 있도록 하는 몸짓을 나타내지요. 요새는 ‘틈새두기(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자리에 너무 자주 씁니다만, “며칠을 두고서 생각한다”라든지 “일꾼을 두다”라든지 “마음에 드는 동무를 두었다”나 “마음에 두고서 돌아본다”라든지 “솜을 둔 이불”이라든지 “호두를 둔 빵”이라든지 “눈앞에 둔 일”이라든지 “집에 두고 왔어”라든지 “책상맡에 두고 읽지”처럼 쓰임새가 매우 넓습니다. 이 낱말을 되풀이해서 ‘두고두고’라는 낱말을 엮는데 오래도록 곁에 있도록 하면서 살펴본다는 몸짓을 나타내지요. ‘오래오래’라는 낱말로는 때가 긴 흐름을 나타낼 뿐입니다. ‘두고두고’는 때가 길되 틈틈이 살피면서 아끼고 돌보고 마음을 기울인다는 숨결을 담아요.


  영어로 ‘스테디셀러’라면 ‘두고책’쯤으로 풀어내어도 좋으리라 봅니다만, 굳이 이렇게 옮기고 싶지는 않아요. “두고두고 읽을 책”이란 잘팔리거나 사랑받기만 한 책이 아니라, 미처 눈에 뜨이지 못한 채 숨죽이는 책까지 아울러요. 100만이 팔린 책이 아니어도, 고작 100이나 200을 겨우 팔린 책이어도, 아직 100조차 팔리지 못한 책이어도, 우리가 마음을 기울여서 바라보면 곁에 두고서 즐거이 아끼거나 돌아보거나 쓰다듬으면서 품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책을 ‘두고책’으로 삼아도 좋습니다. 모든 책을 품기에 우리 보금자리가 작거나 좁다면 몇 가지 책을 ‘두고읽기’ 해보아도 좋아요. 그리고 이 ‘두고책’을 곁에 한동안 놓고서 즐긴 다음에는 여러 이웃님이나 동무님이 만나도록 살포시 떠나보내도 좋지요.


  두고두고 읽으면서 두고두고 돌고도는 책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책을 마음에 두고서 하루가 즐거울까요? 우리는 이웃이나 동무한테 어떤 책을 두고두고 건네면서 이야기꽃을 새삼스레 지필 만할까요? 두고두고 읽고픈 책이라면 ‘같은 책을 굳이 여러 벌 장만할’ 수 있습니다. 곁에 건사해 두었다가 반가운 이웃이나 동무한테 가만히 이어줄 만하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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