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소리 20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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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6.17.

할아버지 소리는 하나


《순백의 소리 20》

 라가와 마리모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12.25.



  《순백의 소리 20》(라가와 마리모/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에 이르면 바야흐로 ‘할아버지가 남긴 소릿가락’을 둘러싸고서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줄거리까지 나아갑니다. 두 사람은 동생하고 언니(형)입니다. 두 사람은 할아버지가 켜는 가락틀을 어릴 적부터 익히 들으면서 온몸에 새겼습니다. 두 사람은 둘이요, 할아버지는 다른 하나이니, 셋이 가락틀을 손에 쥔다면 ‘하나처럼 보이되 다른 셋’은 노랫가락이 흐르기 마련입니다.


  다만 셋은 다른 셋이면서 하나이기에, 서로 마음을 맞추어 노랫가락을 켤 수 있어요. 할아버지 노랫가락을 동생도 언니도 켤 수 있어요. 언니 가락을 동생이 켜거나 동생 가락을 언니가 켤 수도 있겠지요.


  어느 한 사람만 어느 한 가지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딱 한 사람만 노랫가락을 물려받지 않습니다. 즐길 줄 아는 마음이면서 사랑할 줄 아는 눈빛이라면 누구라도 노랫가락을 물려받아요.


  먼먼 옛날부터 자장노래나 놀이노래는 숱한 사람들 입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러요. 다 다른 고장마다 다 다른 살림집에서 다 다른 어버이가 다 다른 아이한테 자장노래를 물려주고, 다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다 다른 동생들한테 놀이노래를 물려주지요.


  이 모든 노래는 얼핏 다 같아 보이지만 다 다릅니다. 더구나 다 다르면서도 하나로 흐르는 밑숨결이 있어요. 오래도록 사랑받으면서 흐르는 까닭을 알 만하지 않나요? 기쁨을 사랑으로 녹여내어 부르는 노래이기에 오래오래 흐를 만하지 않나요?


  그림꽃책 《순백의 소리》는 두 사람 가운데 동생 쪽에 맞추어서 ‘노래하고 가락 사이에서 헤매면서 길을 찾는 실마리’를 다룹니다. 동생은 언제쯤 스스로 실타래를 풀까요? 언니가 동생하고 다르게 실타래를 들여다보면서 한 올씩 풀어가는 길을 동생은 어떻게 바라볼 만할까요?


  다르면서 다르지 않은 줄 느낀다면 하나이자 둘입니다. 같지만 같지 않은 줄 느낀다면 둘이면서 하나입니다. 수수께끼 아닌 수수께끼를 가슴에 품고서 살아간다면 모든 하루는 노래가 되고, 모든 손가락놀림은 가락틀에서 춤추면서 서로서로 북돋우는 빛살로 퍼지겠지요.


ㅅㄴㄹ


“사와무라 세츠.” “응?” “즌가라 ‘카에테’가 있단 말은 내 몬 들었는데?” “그럴끼다. 즉흥이었으니까.” “뭐야? 니 진짜!” (46∼47쪽)


“세츠의 할아버지 연주회 비디오를 동영상으로 떠 왔어. 그 지방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인 모양이니 같이 한번 보자고. 세츠가 뭘 만들고 싶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지도 몰라.” (71쪽)


“너는 언제나 나를 나쁜 눈으로 보는군. 히로사키 대회 이후 나는 네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데. 내 마음은, 같은 출발지점에 선 라이벌. 우리는 츠가루 샤미센의 저변을 넓히는 미래야.” (111쪽)


“왜 세츠한테 변명을 하는데? 세츠는 ‘할배 대신’도 아니잖나. 세츠 니는 니 방법대로, 나랑 와카나한테 도전해야제.” (121쪽)


‘이 녀석들을,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만들고 싶다.’ (131쪽)


#ましろのお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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