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발걸음
삶자취 1 언제부터 작가가 될 생각을?
[물음] 언제부터 작가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
[얘기] 저는 지음이(짓는 사람 : 작가)가 아닌 옮김이(옮기는 사람 : 통·번역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어른을 못 믿겠어요. 어른은 눈치를 보느라 참다이 할 말을 안 하더군요. 어른은 으레 돈·힘·이름(재산·권력·명예)을 바라보느라 거짓을 눈감고 참을 지나치더군요. 남들(어른)이 쓴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 배우겠노라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을 접기로 합니다. 중학교란 이름이던 곳을 다니던 열네 살에도 어른은 하나같이 거짓말쟁이에 바보라고 느꼈습니다만, 고등학교란 이름인 곳으로 들어선 열일곱 살에 매우 짙게 느꼈어요. 그렇다고 남들(어른인 작가) 앞에서 외치지는 못하고 속으로 “너희가 참말을 참답게 안 하니 내가 참말을 참답게 할래.” 하고 속삭였어요.
그런데 오늘(2021년)에 이르러 어제(청소년기)를 돌아보니, 제가 하는 밑일(주업무)인 ‘말꽃짓기(사전 집필)’은 ‘지음이’ 노릇이면서 ‘옮김이’ 구실이네요. 마음에 심을 생각을 스스로 슬기롭게 가다듬고 즐겁게 추슬르도록 북돋우는 책이 말꽃(사전)이에요. 이 말꽃은 ‘낱말풀이’이면서 ‘마음 옮기기’입니다. 낱말에 서린 마음을 귀여겨듣고서 옮기는 일이 말꽃짓기이거든요.
다시 얘기하자면, 저는 “수수한 살림자리에서 피어나는 수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참말로 없구나 하고 느껴서, 이렇게 수수한 살림자리 이야기를 남들(어른들)이 안 쓴다면 내가 스스로 써야겠네 하고 느낀 그날, 1991년 여름날부터 스스로 쓰기로(작가가 되기로)” 생각합니다. 남한테 맡길 수 없고, 남한테 맡길 일이 아니요,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짓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쓰면 된다고 깨달아서, 그 열일곱 살부터 글을 쓰기로 했고, 참말 그때부터 글을 썼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