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6.16.

오늘말. 견디다


참기만 하면 어느새 쪼그라듭니다. 버티려고 하니 이내 엉거주춤하더니 그만 웅크립니다. 익숙하니까 그대로 할 수 있고, 아직 어물거리는 몸짓이기에 차근차근 가다듬어서 몸에 익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가만히 봅니다. 풀벌레가 허물벗기를 하는 모습을 조용하게 지켜봅니다. 얌전히 기다립니다. 나비가 드디어 고치에서 쏙 빠져나오려 합니다. 둘레에서 시끄럽게 굴면 안 돼요. 그저 말없이 바라봅니다. 한나절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거듭나려는 이 몸짓이 얼마나 눈부신가 하고 되돌아봅니다. 우리는 언제나 머뭇거릴 수 있어요. 우물쭈물하다가 놓치기도 합니다. 자, 그러면 어때요? 꼭 으뜸을 끌어안아야 하나요? 반드시 꼭두를 품어야 하나요? 겨뤄서 혼자 차지하려다 보니 미움하고 시샘으로 물들어요. 사랑이 아닌 쪽으로 길들면서 문득 사랑을 감추네요. 처음이기에 낯을 가리고, 반가우면서 수줍을 수 있고, 주눅이 들어 망설이곤 해요. 조금만 견디면 될까요. 조금 더 삭이면 넉넉할까요. 햇볕이 스미면서 따뜻하고, 바람이 참하게 나뭇가지를 건드리면서 노래가 됩니다. 하루를 되새깁니다. 여태 안아 온 생각꽃을 서슴없이 틔우고 싶습니다.


ㅅㄴㄹ


견디다·참다·버티다·익숙하다·익다·품다·안다·떠안다·끌어안다·감추다·숨기다·삭이다·곰삭이다·길들다·물들다·스미다 ← 내성(耐性)


가만히·조용하다·얌전하다·낯가림·수줍다·서슴다·주눅들다·차분하다·참하다·말없다·돌아보다·돌이키다·되돌아보다·되살피다·되새기다·되씹다·망설이다·머무적·머뭇거리다·어물거리다·우물거리다·우물쭈물·엉거주춤·움츠리다·웅크리다·쭈뼛거리다·쪼그라들다 ← 내성(內省), 내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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