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21 접종 배지



  서른 언저리까지 온갖 보람(배지)을 옷·등짐·자전거에 잔뜩 붙이거나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서른 즈음부터 이 모든 보람을 떼었습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보람’이기도 하겠으나, 이보다는 마음을 빼앗기는 ‘보람’이 되고, 서로 금을 긋거나 남 앞에서 우쭐대는 ‘자랑’마저 되더군요. 지난 어느 날 이웃님이 저한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전을 쓰는 양반이 어느 쪽에 기울어지면 안 될 텐데요? 좋은 뜻인 줄은 알지만, 그 길만 좋은 뜻일까요? 어느 길에도 안 서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착한 사람이 있을 텐데요?” 하고 얘기하더군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배지(badge) : 신분 따위를 나타내거나 어떠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옷이나 모자 따위에 붙이는 물건”으로 풀이해요. 북녘에서는 ‘김일성 배지’를 옷깃에 달도록 시켰어요. 남녘에서는 ‘일하는 곳·이바지(기부)한 곳·미는(지지하는) 곳·배움터(학교)’ 무늬를 새겨서 나붙입니다. 나쁜 뜻으로 보람(보이도록 하는 것)을 달지는 않는다고 느끼지만, ‘너랑 나랑 가르는 금’이 되곤 합니다. 요즈막 이 나라는 ‘접종 배지’를 달게 하려 한다지요. 마침종이(졸업장)로 사람을 가르는 굴레, ‘대학 이름 적힌 살림’하고 똑같습니다. 바늘(주사)은 조용히 놓고 쉴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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