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39
《마음속에 찰칵》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유키 마사코 글·엮음
서인주 옮김
학산문화사
2002.12.15.
찰칵이(사진기)를 장만하자는 생각을 1998년에 처음으로 합니다. 이해에 열린배움터를 그만두기 앞서 신문방송학과 이야기(수업) 네 해치를 몰아서 다 들었는데, 보도사진을 배우자니 ‘찰칵이 없으면 배울 수 없다’고 해서 부랴부랴 뒷내기(후배)한테서 빌렸어요. 이무렵 제 일터인 새뜸나름터(신문사지국)에 누가 몰래 들어와서 훔쳐갔어요. 가까스로 뒷내기한테 물어주고 빚을 내어 제 찰칵이를 다시 곁에 둡니다. 이때까지는 ‘쓰기는 내 일·찍기는 남 일’로 여겼어요. 살림하고 이야기란 으레 마음에 아로새길 뿐이라고 보았어요. 그런데 글이나 그림하고 사뭇 다른 찰칵이로 이야기하고 살림을 적바림하는 길을 익히고 보니, 삶자리를 바라보는 눈하고 손발하고 몸이 함께 달라지더군요. 마음에는 온하루하고 온삶을 물 흐르듯이 담는다면, 찰칵이로는 딱 한 가지 모습으로 온하루랑 온삶을 갈무리합니다. 마음에는 소리랑 빛깔이랑 숨결이랑 무늬를 바람처럼 심는다면, 찰칵이는 오직 한 가지 손길로 이 모두를 아울러서 갈무리합니다. 마음에 찍기에 찰칵이를 건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단출히 감도는 《마음속에 찰칵》입니다. 멋지게 자랑할 뜻이 아닌, 마음을 나눌 사랑을 찍으면 따사롭지요. 어린이 눈으로 찍으면 모두 아름다워요.
ㅅㄴㄹ
이제 사라진 《마음속에 찰칵》을 놓고서
짤막하게 두 가지 글을
갈무리해 본다.
이 아름그림책이
다시 태어날 날을 손꼽으면서.
그때에는 옮김말씨를
정갈히 추슬러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