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30.


《연필》

 김혜은 그림, 향, 2021.4.30.



작은아이가 반죽을 해주어 부침개를 하려는데 부침개반죽이 아닌 빵반죽이라, 물을 부어 다시 개는데 마지막 부침개는 부침떡이 된다. 부침개를 하면 한 판을 새로 굽기 무섭게 앞서 구운 부침개는 아이들 입으로 들어간다. 부침개로 너끈히 한끼가 된다. “아버지는 안 먹어요?” 하고 묻는 말에 “응, 걱정 말고 실컷 드셔요.” 후박나무는 봄여름에 가랑잎을 낸다. 늘푸른나무는 으레 봄여름에 가랑잎을 내지. 가을에 우수수 잎을 떨구는 아이는 가을 끝자락까지 짙푸르게 잎을 매달고. 후박나무가 내놓는 후박가랑잎은 날마다 소복소복하다. 웬만한 잎은 흙으로 돌려보내고, 틈틈이 몇 잎씩 주워 책 사이에 끼운다. 샛노랗게 물들기도 하고, 흙빛이 남기도 하고, 푸른물이 덜 빠지기도 하고, 후박가랑잎은 그야말로 온갖 물빛이 달라 줍고 건사해도 자꾸 손이 간다. 문득 ‘잎갈피’라는 이름을 지어 본다. 《연필》이라는 그림책은 겉싸개를 벗겨 보아도 이야기가 있다. 글붓 한 자루가 태어난 곳을 그리고, 글붓 한 자루가 나아가는 길을 그린다. 숲하고 풀꽃나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결 빛났을 테지만, 이만큼으로도 살뜰하다. 요새는 목소리만 높은 그림책이 너무 많은데, 이 틈새에서 조용하면서 조촐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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