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26.


《끼인 날》

 김고은 글·그림, 천개의바람, 2021.4.1.



여름에 새로 선보일 책이 있다. 두벌째 글손질을 한다. 두벌손질에서는 열여섯 쪽을 덜어야 한다. 어디를 얼마나 덜어야 하나를 놓고 이틀쯤 생각한 끝에 척척 친다. 쳐낼 곳을 치고서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틀린글씨를 찾는다. 갯기름나물은 꽃이 피려 하고, 석류꽃이 붉게 터지고, 찔레꽃은 잦아들고, 유자꽃은 흰 꽃송이를 거의 떨구었고, 매화알은 굵어가고, 모과알도 푸른잎 사이에 숨어서 무럭무럭 자랄 테고. 《끼인 날》은 겉그림을 부러 우스꽝스레 그린 듯해서 집지 않으려 했으나, 막상 펴고 보니 ‘우리 삶이 우스꽝스러울’ 뿐이라는 줄거리를 다루었더라. 예나 이제나 아직 우리 삶터는 아이들이 끼이고 치이고 들볶인다.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도 자꾸 끼이고 치이고 들볶인다. 어찌하면 바꿀까? 아니, 바꾸려 생각하거나 지난 멍울을 다시 떠올리기에 쳇바퀴를 돌는지 모른다. 이제는 “즐거운 날”이나 “기쁜 날”을 찾고 떠올려서 그릴 노릇이지 싶다. 우리 스스로 쳇바퀴살림인 터라 《끼인 날》 같은 그림책을 스스로 짓고 읽는구나 싶은데, 아무리 끼이거나 치이거나 들볶이더라도 “즐겁거나 기쁜 날”도 있기 마련이기에, 이 쳇바퀴를 바꾸려면 스스로 꽃이 되어 피어난 기쁨을 수수하게 담고 나눌 수 있어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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