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과 늑대 - 개정판 문학동네포에지 20
이현승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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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5.29.

노래책시렁 186


《아이스크림과 늑대》

 이현승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8.31.



  하루가 즐거워 노래로 피어나는 사람은 굳이 글을 안 쓸는지 모릅니다. 하루가 아름다워 웃음으로 퍼지는 사람은 딱히 글을 안 읽을는지 모릅니다. 가만 보면 그렇더군요. 고단하고 싫고 밉고 짜증스러운 바람을 마음에 놓기 싫어서 글을 쓰거나 읽는 이웃이 많아요. 저부터 그랬고요. 손에 책을 쥐거나 붓을 잡으면 더위도 추위도 잊습니다. 한 칸에 즈믄(1000)이 넘게 타고 바람날개(선풍기)조차 없던 끔찍하던 인천·서울 전철에서도 손에 책을 쥐면서 “난 납작오징어가 아닌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남았습니다. 《아이스크림과 늑대》를 읽으며 쳇바퀴 살림살이는 저 높은 데에서 누가 만들어서 가두는 틀이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누가 우리를 묶어 놓기에 갇히지 않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갇힙니다. 걱정꾼이 옆에 있어서 걱정이 물들 수 있지만, 스스로 걱정이라는 씨앗을 심기에 우리한테 걱정이 스며들어요. 우리가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으면 곁에 있는 걱정쟁이한테 되레 사랑이 스며들지요. 노래란 무엇일까요. 무엇이든 부르면 노래인데, 우리가 부르거나 듣는 노래는 우리 마음에 어떤 쳇바퀴질이나 사랑을 심을까요? 오늘도 쳇바퀴 시름질을 잊으려고 읽는지, 아니면 사랑으로 녹여내려고 읽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리턴, 리턴, 리턴, 그리하여 삶은 무한반복이네 / 누구든 이 골목에서는 갑작스레 날아오르고 싶네 / 아니, 날아오르는 자들이라면 가급적 그를 만나는 게 좋네 (슈퍼맨 리턴즈/15쪽)


걱정이 걱정이다 어머니는 자나 깨나 서울 걱정 나는 어머니의 걱정이 걱정이지 아침부터 건 전화 저편에서 어머니 마실견문록이 펼쳐진다 올봄에 데릴사위로 장가간 7촌이, 변호사 개업한 6촌이, 일가의 안녕과 불안이, 서른을 넘긴 아들이, 일흔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걱정이다 (걱정이 걱정이다/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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