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23.


《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 모리슨 글/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2021.1.29.



다시 비. 가볍게 비. 꿈꾸듯 지나가는 하루. 빗소리를 들으면 귀뿐 아니라 온몸이 가볍다. 빗방울을 맞으면 살갗뿐 아니라 온마음이 녹는다. 작은아이가 종이에 그려서 오리는 자동차랑 싸움수레(탱크)를 일산 할머니한테 보내겠노라 한다. 작은아이는 우리 집을 둘러싼 나무나 풀꽃을 그림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보는 자동차나 경찰차나 소방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쳐다보다가 빈틈없이 옮겨낸다. 문득 빛꽃(사진)으로 보는 싸움수레나 싸움배나 싸움날개를 어느새 꼼꼼하게 그려낸다. 《보이지 않는 잉크》를 읽는다. 옮김말이 꽤 먹물스럽다. 먹물스럽지 않게 쓰거나 옮기는 어른을 보기 어렵다. 풀빛스럽거나 바다스러운, 꽃스럽거나 노래스러이 쓰거나 옮기는 어른은 드물다. 흔히 ‘흑인’이란 한자말을 쓰는데, ‘황인·백인’도 매한가지인데, 흙을 만지고 일하는 사람은 살빛이 흙빛이다. 싱그러이 숨쉬는 흙은 누렇지도 노랗지도 않다. 새까맣다. 흙지기 살빛은 흙빛대로 까무잡잡하다. 흙하고 등지면 으레 ‘흰둥이’가 된다. 글을 쓰기 앞서 물을 만지며 집살림을 하고, 흙이며 풀꽃나무를 만지며 사랑살림을 하면 좋겠다. 아이를 돌보고 나서야 글을 쓰고, 맨발로 비노래를 부르고 춤춘 다음에야 글을 쓰거나 옮기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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