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5.24.

숨은책 523


《신채호》

 강만길 엮음

 고려대학교 출판부

 1990.9.5.



   1927년에 태어난 송건호 님은 2001년 12월 21일에 숨을 거두었고, 그동안 건사했던 책을 〈한겨레신문〉에 모두 맡깁니다. 〈한겨레〉는 ‘청암문고’를 열면서 떠난이 넋을 기리겠노라 했고, 이를 새뜸글(신문기사)로도 널리 알렸지요. 그러나 님이 가신 이듬해 겨울인 2002년 2월 3일에 서울 홍제동에 있던 헌책집 〈대양서점〉에 찾아갔더니 ‘靑巖 宋建鎬 藏書, 한겨레신문사 기증’이란 글씨가 붉게 박힌 책이 잔뜩 쌓였습니다. “아니, 이 책들, 송건호 님이 다 신문사에 맡겼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 “궁금해 하시리라 생각해요. 저도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구요. 돌아가신 분이 워낙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후배를 생각하면서 통째로 맡겼을 텐데, 이렇게 도장까지 찍고 버리잖아요.” “하. 왜 버렸을까요?” “겹치는 책이 있어서 버렸다더군요.” “네? 다른 책하고 겹친대서 이 책을 버린다고요?” 흙으로 돌아간 어른 손길이 묻은 책더미를 하나하나 쓰다듬었습니다. 이대로 지나가면 아무도 이 책자취를 모르겠지요. 이 가운데 둘을 골랐습니다. “사고 싶진 않지만 안 사두면 나중에 이런 일을 아무도 모를 테지요.” “저도 팔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이 버려지지 않도록 다 챙겨 왔고요, 숨결을 만날 분한테 이어주려고요.”


ㅅㄴㄹ



얼추 스무 해가 지난 일이니

이제는 말한다.

이 슬프고 아픈 책과 얽힌

이야기 한 토막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