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해 만애

영화비평을 쓴다.

영화읽기를 안 하는 비평가를 보며 질려서

영화비평을 네 해 동안 안 썼는데

그들이 그러건 말건

어린이하고 푸름이하고 동무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써 보기로 한다.


늑대길잡이 (울프워커스)

[숲노래 영화읽기 089] WolfWalkers 2020



  늑대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꺼리지 않는다. 늑대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들내음하고 숲내음을 잊거나 내팽개치면서 서울내음으로 둘둘 감쌀 즈음부터 슬슬 사람을 멀리한다. 사람들이 호미나 낫이나 쟁기처럼 수수한 흙연장을 내동댕이치면서 총이며 칼을 움켜쥐고서 서로 치고받으며 온누리를 핏빛으로 물들이던 때부터 확 사람을 등진다.


  흔히들 숲에서는 범이 싸움을 잘하고 들에서는 사자가 싸움을 잘한다고 치는데, 숲에서는 곰이 가장 슬기로우며, 들에서는 늑대가 가장 슬기롭다. 사람은 어쩌다가 ‘으뜸싸움이’를 가리거나 따지거나 생각하는 바보가 되었을까? 사람은 어쩌다가 스스로 들내음하고 숲내음을 내버리면서 서울내음으로 스스로 뒤집어씌울까?


  숲마다 곰이 노래하고 들마다 늑대가 노래하던 무렵 흙을 사랑하면서 조촐히 살림을 짓던 사람들은 곰도 늑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범이나 여우를 무서워할 일도 없다. 왜냐하면 서로 삶자리가 다를 뿐 아니라, 서로서로 삶자리를 쳐들어가거나 짓밟거나 괴롭히는 짓을 안 했다.


  숲짐승이나 들짐승은 바보가 아닌 터라, 총칼에 얽매인 사람 곁에는 얼씬을 않는다. 이런 숲짐승이나 들짐승은 사람들이 저희 숲터나 들터를 망가뜨리거나 허물거나 짓밟기에 벼랑에 몰린 끝에 비로소 발톱을 세우고 이빨을 번뜩이면서 사람을 물려고 달려든다.


  멀쩡히 있는 사람이나 가만히 노는 아이를 덮치는 숲짐승이나 들짐승은 없다. 숲짐승이며 들짐승은 ‘사람이 어떤 빛’인지 알기에 함부로 안 건드린다. 사람이 이 푸른별에서 할 몫을 알기에 섣불리 안 건드린다. 오직 바보짓에 넋나간 채 바보살이를 하는 바보사람한테만 막바지에 달려들 뿐이다.


  그림꽃얘기(만화영화) 〈늑대길잡이(WolfWalkers)〉는 ‘카툰 살롱(Cartoon Saloon)’이란 이름으로 그림꽃얘기를 수수하게(2D) 그리는 아일랜드 이웃님 손끝에서 태어났다. 이들 아일랜드 이웃님은 ‘바닷노래(Song of the Sea)’나 ‘수수께끼 켈스(The Secret Of Kells)’를 그리기도 했다. 2009년에 ‘수수께끼 켈스’로 들빛을, 2014년에 ‘바닷노래’로 바닷빛을, 2020년에 ‘늑대길잡이’로 숲빛을 들려주는 셈인데, 아일랜드란 나라는 바다랑 들이랑 숲이 어우러진 조촐한 삶터이다.


  자, 생각해 본다. 들에 바다에 숲, 이 세 가지는 무엇일까? 들빛하고 바닷빛하고 숲빛은 우리 삶에 어떻게 이바지할까? 들빛이며 바닷빛하고 숲빛이 없는 서울이나 시골에서 사람이 사람다이 살 수 있을까? 사람이 누리는 모든 밥은 들이랑 바다랑 숲에서 오지 않나? 뚝딱터(공장)를 돌리려 해도 들이며 바다이며 숲에서 먹을거리를 얻어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먹고서 내보내는 똥오줌은 다시 들이며 바다이며 숲으로 돌아가서 고이 삭아야 새 먹을거리가 태어날 흙으로 피어난다.


  숲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숲에서 오는 모든 밥·옷·집을 못 얻을 뿐 아니라 망가진다. 숲을 돌보지 않는다면 숲에서 피어나는 바람(공기)을 맑게 마시지 못한다. 숲을 가꾸지 않는다면 종이도 책도 없을 텐데, 나무하고 꽃하고 풀벌레하고 새하고 벌나비가 사라지는 판이 되면 사람도 더는 푸른별에서 못 산다.


  싸움연모(전쟁무기)를 손에 쥐고서 나라지키기(애국·충성)를 해본들 ‘나라(권력자)’는 지켜줄는지 모르나 우리(마을사람)는 다 죽을밖에 없다. 싸움연모로는 논밭살림도 안 될 뿐 아니라, 들숲바다를 모두 죽이고 마니까. 쾅쾅(폭탄) 터뜨리는 곳에서 나무가 자라거나 고래가 헤엄칠까? 총을 쏘는 곳에서 들꽃이 필까? 참다이 어깨동무(평화·평등)로 가자면 모든 싸움연모를 녹여서 낫이며 호미이며 쟁기로 바꿀 노릇이요, 싸울아비(군인)가 아닌 ‘참어른·참어어버이’로 거듭날 노릇이다. 그림꽃얘기 〈늑대길잡이〉는 어버이가 언제 싸움연모를 내려놓고서 사랑이란 손길로 다시 태어나서 아름답게 숲어른이란 길을 가는가를 들려준다. 틀(제도·규칙)에 갇히면 틀(기계·무기)은 다루겠으나 숲과 사랑을 잊은 바보가 된다.


맛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Zgsfht2YE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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