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19.
《당신이라는 문을 열었을 때처럼》
최상해 글, 문학의전당, 2021.4.6.
마늘밭 일손을 거들었다. 묶고 날라서 싣고서 짐차를 떠나보내는데 “올해에 을마나 받을랑가. 한 만삼천 원 될랑가.” 하신다. 시골 마늘밭에서 굵은알 한 묶음을 ‘농협’에서 만삼천 원을 받으면 이들은 사람들한테 너덧 곱을 붙인다. 샛장사이니 그럴는지 모르지만, 샛값을 줄이고 흙지기한테 조금 더 줄 만할 텐데. 여태 돈 많이 번 농협이니 이제 흙지기한테 돌려줘도 될 텐데. 지난 2016년에 《그래도 맑음》을 써낸 분이 《당신이라는 문을 열었을 때처럼》이란 새 노래책(시집)을 선보였다. 반가이 읽었다. 2016년 노래는 수수하면서 아름다웠고, 2021년 노래는 ‘문학스러운 빛’이 많이 섞여 수수하며 아름답던 결이 퍽 사그라들었다. 나는 2016년 노래책이 아름답다 여겨 그해 올해책으로 꼽았으나, 둘레에서는 2021년 노래책을 더 좋아할 듯싶다. 온누리 글판이 이렇게 흐른다. 글멋을 담고 ‘문학스럽게 써야’ 한다고 여긴다. 삶을 수수하게 쓸 적에 이 수수한 글에서 숲이며 살림이며 사랑이며 사람이며 삶이 저절로 피어나는데, 저절로 피어나는 빛살을 먹물붙이(작가·평론가·기자·교수·편집자·심사위원)가 모두 잘라내거나 막는다. 저녁에 시골버스로 읍내를 다녀온다. 시골 푸름이 덩치가 우람하다. 버스 걸상이 작아 보인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