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5.18.

오늘말. 판가름


새벽에 뒤꼍 풀을 좀 베고서 마당에 들어서니 제비 둘이 또 처마 밑을 살핍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빙빙 둘러보며 다시 날아가는 제비한테 “얘들아, 집을 새로 지으렴. 너희 잘 짓잖니?” 하고 속삭이면서 날렵한 꽁무니를 쳐다봅니다. 오월이 깊으니 장미나무에 꽃송이가 서른 넘게 맺습니다. 가늘구나 싶은 덩굴줄기 하나에 꽃송이가 이토록 잔뜩 맺습니다. 찔레나무를 들여다보아도 꽃송이가 흐드러집니다. 꽃내음을 맡고 잎내음을 머금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음에 어떤 씨앗이며 이야기를 담을 적에 빛날까요? 멍울이란 자취는 어떻게 들추어야 할까요? 쑤셔서는 풀지 못합니다. 차근차근 앞뒤를 다독이면서 찬찬히 나아갈 앞길을 가눌 적에 풀어요. 누구를 뒤좇기보다는, 지난날을 뒤적이기보다는, 예부터 오늘에 이르는 흐름을 가름하고, 모레로 거듭날 길을 짚으면서 여기에서 할 일을 판가름할 만합니다. 돌아보기에 알아봅니다. 재지 않고 보기에 속내를 읽습니다. 어느 대목이든 차곡차곡 토닥이면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길은 사랑입니다. 이 자리는 노래입니다. 이렇게 걸어가는 까닭은 모조리 갈아엎기보다 모두 얼싸안으며 풀어주고 싶거든요.


ㅅㄴㄹ


살피다·살펴보다·돌아보다·둘러보다·들여다보다·쳐다보다·보다·재다·가늠하다·뒤밟다·뒤좇다·뒤적이다·들추다·따지다·캐다·묻다·알아보다·쑤시다·좇다·찾다·찾아보다·톺다·헤아리다 ← 사찰(査察)


알아보다·알아맞히다·살피다·헤아리다·생각하다·짚다·놓다·두다·보다·내다보다·어림·가늠·가름·판가름·가누다·읽다 ← 점(占), 점치다(占-)


모두·몽땅·모조리·다·낱낱이·고스란히·환히·훤히·차곡차곡·차근차근·찬찬히·하나하나·까닭·뜻·앞뒤·흐름·일·대목·판·자리·줄거리·얼거리·이야기·속내·길·걸음·발걸음·자취·발자취·자국·발자국 ← 전말(顚末), 전모(全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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