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11.


《나를 안아줘》

 자크 프레베르 글·로낭 바델 그림/박준우 옮김, 미디어창비, 2020.3.10.



내가 치마돌이로 사는 줄 아는 분은 모처럼 만날 적에 “오늘은 치마가 아니네요?” 하고 묻는다. 아무리 치마가 좋다 한들 날마다 치마만 입겠나. 아무리 좋아하는 길이 있어도 늘 그 길만 가지 않는다. 밥굶기가 즐거워도 이따금 밥을 먹고, 밥먹기가 좋아도 가끔 밥을 굶을 만하지 않나. 《나를 안아줘》 같은 책을 예전부터 안 읽거나 안 반겼다. 이러한 책이 ‘사랑’을 다룬다고 하지만, 자크 프레베르 님 글을 서른 해 넘게 읽은 눈으로 보자면, ‘사랑 아닌 살섞기’를 다루었다고 해야지 싶다. 살섞기가 나쁘지는 않다만, ‘살섞기는 살섞기일 뿐 사랑이 아니’지. ‘사랑은 사랑일 뿐 살섞기가 아니’다. 이러한 결을 제대로 가르면서 노래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빛꽃(사진)을 담는 분이 뜻밖에 매우 적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섰고, 한낮에 인천 부평에 닿았다. 마을책집 두 곳을 돌아보는데 빛꽃틀(사진기)이 숨졌다. 살아나지 않는다. 빛꽃틀이 없이는 책집에 머물지 못하는 터라, 가까운 서울에 있는 사진가게에 전화를 하는데, 내가 바라는 빛꽃틀이 없다. 설마 싶어 용산나루 사진골목에 갔더니 내가 쓰는 빛꽃틀인 ‘캐논 100d 하양이’가 있다. 바가지를 썼지만 고맙게 샀다. 새 빛꽃틀을 사느라 엄청나게 걸어다녔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