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 자꾸자꾸



  이 일을 어느 만큼 했으면 다른 일을 합니다. 다른 일을 제법 했다면 또다른 일을 찾습니다. 또다른 일을 꽤 했으면 슬슬 멈추고 쉽니다. 되도록 맨살이 해바람에 잘 드러나는 차림으로 마당이나 뒤꼍에 맨발로 섭니다. 눈을 가만히 감고서 햇볕에 일렁이는 기운을 먹고 바람에 춤추는 숨결을 먹습니다. 이러고서 다시 집안일을 하고 글일이나 책일을 합니다. 아무리 마감이 바쁘더라도 글을 제법 쓰거나 손질하거나 추슬렀으면 집안일을 합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합니다. 들풀을 훑고 마당을 살피고 풀꽃나무를 쓰다듬습니다. 책을 좀 읽었으면 자전거를 타고 들길이나 멧길을 가지요. 들길에서 풀꽃을 보고 멧길에서 나무를 만납니다. 한 가지만 오래도록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오래오래 할 수 없습니다. 아기를 돌볼 적을 떠올리자면, 젖을 물리고 물을 몇 모금 먹이고서 등을 토닥입니다. 자장자장 노래도 하고 살몃살몃 춤을 춥니다. 아기를 앞으로 안고서 해바라기를 하고, 아기 얼굴 코앞으로 풀잎을 대고, 아기 손에 나무줄기를 만지도록 합니다. 기저귀를 갈고, 기저귀를 삶고, 삶은 기저귀 물을 짜서 널고, 잘 마른 기저귀를 걷어서 개고, 곁님이 누릴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 늘 새롭게 이모저모 갈마듭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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