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30.


《최고의 차》

 다비드 칼리 글·세바스티앙 무랭 그림/바람숲아이 옮김, 봄개울, 2019.8.25.



김치를 담근다. 김치를 못 먹는 사람이 담그는 김치이다. 김치를 못 먹으니 김치를 담글 생각을 영 안 하고 살지만, 우리 집에서 나 빼고 다 먹으니, 작은아이도 이따금 매운맛을 건드려 보기도 하니, 모처럼 김치를 담근다. 투박손으로 담그는 김치에는 고춧가루가 덜 들어가고, 우리 집은 다른 집하고 같을 까닭이 없으니 흔히들 담는 길로는 하나도 안 간다. 아이들한테 도마질을 맡길까 하다가, 아이들이 바쁘게 노니 혼자 천천히 김치를 담근다. 다 담그고서 한나절 묵히다가, 뒤섞고서 다시 한나절 묵히고, 또 뒤섞고서 한나절 묵힌 다음에 그릇으로 옮긴다. 내가 담근 김치를 내가 맛보지는 못하고 아이들이 맛보는데 “맛있다”고 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 《최고의 차》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은 오늘날 서울살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숱한 나라가 이런 길로 간다. 쓸 만한 살림을 장만했으나 더 돋보이는 살림이 나오면 그만 옛살림을 버리고 새살림을 산다지. 멋져 보이는 살림을 사려고 돈을 벌어야 한다면 괴롭지 않을까. 꾹 참거나 버틸 만할까. 돋보이기보다는 즐겁게 하루를 지으면서 활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수다를 펴는 살림으로도 넉넉하지 싶다. 그림책도 이런 수수한 살림 이야기를 담으면 좋겠고. ㅅㄴㄹ


#TopCar #DavideCali #SebastienMour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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