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29.
《아사 이야기 1》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2.25.
열흘쯤 되었나, 부엌에서 혼자 저녁을 먹다가 큰지네를 만났고, 엊그제 새삼스레 큰지네를 마루에서 만났는데, 끝칸에서 작은지네를 다시 만난다. 끝칸에서 만난 작은지네는 작은아이가 집게로 마당에 내보내 준다. 지네랑 한집살이를 한 지 열한 해에 이르고 보니, 아이들도 그리 대수롭잖게 쳐다본다. 지네더러 “또 나왔구나? 집이 축축하니?” 하고 묻는다. 지네가 나올 적에는 집이 축축하거나 곧 집이 축축해진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함박비가 왔다. 개미가 먹이를 나르는 모습으로도, 지네가 볼볼 기는 모습으로도, 제비가 나는 모습으로도 날씨를 읽지. 거미가 집을 치는 모습으로도 날을 읽을 만하다. 가만 보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이웃(풀벌레·풀꽃나무)이랑 하늘을 마음으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읽을 만하다. 《아사 이야기 1》를 읽고서 두걸음을 장만할까 말까 망설인다. 만화책치고 책값이 세고, 줄거리가 뻔하다.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책을 꽤 오래 읽다 보니 모든 줄거리가 똑같은 틀로 흐르더라. 그린이 스스로 새길을 걸을 뜻이 없어 보인다. 《야와라》가 새판으로 나오는데 ‘일본사랑’이 흠씬 묻어나는 이 만화책을 요즘 같은 때에 다시 내니 놀랍다. 《토리빵》 같은 만화책을 우리말로 옮기면 좋겠는데…….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