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6 외우지 않도록



  어린이나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매한가지인데, 낱말을 외우도록 시켜서는 안 됩니다. 젖어들거나 스며들어 ‘오롯이 생각씨앗’이 될 때까지 지켜보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외우는 낱말은 다루거나 쓰기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외워서 쓰는 낱말’은 이 낱말을 쓰는 사람이며 듣는 사람도 무슨 뜻이며 흐름인가를 알기가 까다롭습니다. 때로는 엉뚱하게 읽겠지요. 낱말책은 사람들이 ‘이 낱말책에 담은 낱말을 다 외우라’는 뜻으로 엮지 않습니다. 낱말책은 사람들이 ‘이 낱말책에 담은 낱말을 즐겁게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고 가꾸는 실마리를 얻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엮습니다. 그렇기에 낱말책은 언제나 한 사람이 엮지요. 한 사람이 엮은 갖가지 낱말책이 있어야, 말을 바라보는 결이 안 흔들리고 너른 숨결이 됩니다. 외우지 않고서 말을 어떻게 쓰는지 알쏭하다고 물을 만할 텐데요, 삶으로 녹여낸 낱말 몇 가지로 생각을 밝혀 말하면 됩니다. 생각을 밝혀서 할 이야기부터 알아야 하고, 몇 낱말로 이런 이야기를 엮다가, 스스로 깨달아 받아들인 낱말을 하나둘 늘려서 이야기 살림을 넓히면 돼요. 바깥말(외국말)을 익힐 적에도 섣불리 외우지 말아야지요. 외우면 틀에 갇힙니다. 읽고 느껴 살아내야 말빛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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